지역 정책 수립 참고서 역할 … 정치권도 주목

#. 대구시 수성구는 최근 앞으로의 구정 행정 기치를 ‘대한민국 교육·문화 대표도시 완성’으로 잡았다. 구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교육여건을 제공하는 데 행정력을 쏟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4곳인 권역별 문화센터를 확대하고, 이곳에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방과후 학교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또 자유학기제 확대 실시에 발맞춰 초·중·고교생의 진로와 직업 체험을 도울 수 있는 지역사회 네트워크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책 방향을 도출하는 데에는 중앙SUNDAY 기획시리즈 ‘전국 지자체 평가’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게 구청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수성구는 이번 평가의 교육여건 만족도 부문에서 전국 230개 지자체 중 1위(본지 3월 9일~10일자 10~11면 보도)를 차지했다. 이기덕 수성구 평생교육과장은 “중앙SUNDAY의 평가를 통해 그간 추진해 온 교육 관련 정책의 방향이 옳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국내외 석학을 초청해 중·고생을 위한 포럼인 ‘수성 TEDx’를 개최하는 등 보다 특화된 교육정책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앙SUNDAY-서울대 행정대학원 공동기획 ‘전국 지자체 평가’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기획은 전국 230개 기초지방자치단체에 거주하는 주민 2만1050명이 스스로 느끼는 정주(定住) 여건에 대한 가감 없는 평가를 토대로 한 조사에서 출발했다.  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전국에서 2만 명이 넘는 표본을 대상으로 정주 여건과 주민 개개인이 느끼는 분야별 만족도를 설문 조사해 보도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라며 “이러한 조사 사례는 해외에서도 드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첫 조사였던 만큼 시리즈 첫 회로 주민 행복도 조사 결과(본지 1월 26일~27일자 1면)가 보도되자 각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와 학계의 관심이 쇄도했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제주특별자치도 등 광역지자체들과 상당수의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은 관련 후속 보도가 이어질 때마다 본지에 실린 자신들의 순위를 확인하고 이를 보도자료로 만들어 지역민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중앙지는 물론 지역 신문과 방송에서도 본지 보도 내용을 재인용해 잇따라 보도했다.

지역발전위, 사업 평가 때 활용키로

지자체에 대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평가를 다룬 기획이었지만 파급 효과는 중앙정부에까지 미쳤다.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는 올 하반기 중 지역발전특별회계의 지원을 받은 약 9조원 규모의 사업들에 대한 평가에서 이 같은 조사방법을 반영하기로 했다. 전체 사업을 4개 등급(아주 우수-우수-보통-미흡)으로 나눠 평가한 뒤, 미흡 판정을 받은 사업에 대해서는 현재 지원 중인 예산에서 10% 정도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흡’ 평가를 받은 사업이 어떤 것들인지도 소상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지방자치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와 지역발전위원회는 그간 지자체 관련 사업을 평가할 때 우수 등급을 받은 지자체 사업만 공개했을 뿐 기준 미달의 지자체 사업들에 대해서는 밝히질 않았다. 각 지자체의 반발을 우려한 탓이다. 이로 인해 반발을 줄일 순 있었지만, 투입한 예산만큼의 성과를 이뤄내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하성 지역발전위원회 기획단장은 “일단 자신들의 현재 위치를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이번 지자체 평가 기획이 해줬다”며 “중앙SUNDAY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본지 보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박성호(창원 의창구), 안효대(울산 동구) 의원을 비롯해 의원실 20여 곳에서 “지역 주민들의 생각을 파악해 이들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싶다”는 취지로 본지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관련 자료를 요청해왔다. 백승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서베이조사연구센터 연구원은 이와 관련, “옛 민주당 서울시당의 경우 ‘6·4 지방선거의 공천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싶다’며 관련 자료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본지의 이번 시리즈는 지방자치단체에도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서울 서대문구의 경우 본지 보도 이후 주민들의 행복도를 높이는 행정이 어떤 것인지를 놓고 수시로 국장단 회의를 열고 있다. 정책의 우선순위도 주민 행복으로 바뀌었다. 여장권 서대문구 환경도시국장은 “우리 구의 특성상 재개발 이슈가 많은 편이지만, 주민 행복을 염두에 두고 일을 하다 보니 반발보다는 호응을 받는 일이 잦아졌다”며 “주민센터를 복지행정의 허브로 활용하고, 산책로인 안산 자락길을 단장해 개통하는 등 작지만 주민의 행복도를 높일 수 있는 일을 찾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평가 주체는 언론대학 아닌 주민 전국 지자체 평가 기획 보도가 이어질 때마다 전국 지자체로부터 다양한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어떻게 조사한 것이냐’ ‘누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냐’ 등 조사 방법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다 보니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경우 일반 업무가 마비될 정도여서 별도 전화를 새로 가설하기도 했다. 다양한 행정 서비스 분야와 정주 여건을 다루는 조사였던 만큼 관심의 주체 역시 다양했다. 전국 지자체의 치안 만족도(2월 9일~10일자)가 공개됐을 땐 전국 각지의 지방경찰청에서, 건강상태 만족도(4월 20일~21일자)가 보도됐을 땐 각 지역 의대와 보건대학원에서 관련 자료를 얻을 수 없느냐는 문의가 이어지는 식이다. 김병섭 교수는 “전국 단위의 대규모 조사가 드문 만큼 관련 데이터에 대한 관심과 문의 역시 뜨거웠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시민들의 관심도 많았다. 각 지자체의 홈페이지에는 본지 보도가 나올 때마다 격려와 항의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시장조사 및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베스트사이트를 비롯한 일부 기업과 대학에서는 조사에 쓰인 설문지와 자세한 조사방법론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임현정 서울대 행정대학원 서베이조사연구센터 연구원은 “미국 시카고대 전국여론조사센터(NORC)의 ‘미국종합사회조사(GSS)’, 유럽연합(EU)의 ‘유럽사회 조사(ESS)’ 등 국내외 유수 설문조사 문항을 활용해 문항을 구성했던 덕에 설문 내용의 질과 객관성이 높아 이를 구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았던 것으로 본다”고 소개했다.  서베이조사연구센터는 현재 전국 지자체 평가 기획의 원 자료인 ‘삶의 질과 정부 역할에 관한 조사’에 대한 심층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올해 말께 연구 결과를 도출해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금현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역별 삶의 여건에 대해 지역 주민이 직접 평가해 객관성을 높인 조사인 데다, 조사 분야도 주민 행복도에서 치안 만족도에 이르기까지 28개 항목에 달하다 보니 국내외 학계에서도 관심이 뜨겁다”고 소개했다.  ‘전국 지자체 평가’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았다. 순위가 낮게 평가된 지자체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조사 결과가 우리 지역의 현실을 소상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등 항의 내용도 다양했다. 이와 관련, 김병섭 교수는 “일부 지자체의 반발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평가의 주체는 중앙SUNDAY나 서울대 행정대학원이 아니라 해당 지자체의 주민”이라며 “조사 결과가 더 나은 지자체를 만들기 위한 쓴 약이라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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