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신뢰 → 사회적 자본 축적 → 지역발전 ‘선순환’

선진국에서 본 사회적 자본의 힘

사람이 한 푼 두 푼 모아 재산을 모으듯, 사회는 다양한 형태의 경험을 통해 ‘사회 기억(social memory)’을 축적한다. 이렇게 쌓인 사회 기억 중 긍정적인 부분들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토대가 된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람 간의 협동 행동을 유발해 사회적 효율성을 개선하는 신뢰, 호혜성의 규범, 시민 참가의 네트워크 등 사회 조직의 특징’으로 정의된다.

사회적 자본이 많은 사회는 사회적 효율성이 높은 사회이기도 하다. 사회적 자본의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사회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는 만큼 행정 시책의 성과도 크고 주민 행복도도 대체로 높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안전망 구축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사회적 자본의 구성 요소인 신뢰성과 호혜성이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들 사이에 협력과 상호부조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자본을 활용해 지역 주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일본은 마을 가꾸기(まちつくり) 운동과 개호보험 공동체 만들기 운동 등에 사회적 자본을 적극 활용했다. 마을 가꾸기 운동은 지방 행정청과 지역 주민, 전문가와 학자 등이 상호 협력해 파트너십을 쌓고, 이를 통해 마을을 공동체적 삶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중앙정부는 1998년 특정비영리활동촉진법과 이른바 ‘마을 가꾸기 3법’이라고 불리는 도시계획법, 중심시가지활성화법, 대규모소매점포입지법의 제정을 통해 제도적으로 지원했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1999년 설립된 미타카(三鷹)시의 주식회사 ‘마치즈쿠리 미타카’이다. 지역 상점을 비롯한 기업과 시민단체·대학의 협력을 바탕으로 설립된 마치즈쿠리 미타카는 ‘타운 관리조직(Town management organization)’으로서 주차장, 무점포 사업 사업지원 시설, 지역 정보센터, 음식점이나 상가 등을 갖춰 수익을 낸다. 이 돈으로 지역에 있는 시민단체들을 지원하고, 네트워크화를 촉진해 지역 환경문제와 복지·교육제도를 개선하고, 상권도 활성화한다.

사회적 자본을 지역 방재에 활용하는 곳도 있다. 일본 기후(岐阜)시가 대표적이다. 기후시에서는 지역의 자율방재조직과 지방 행정조직이 협력관계를 형성해 지역에 적합한 ‘지역방재 커뮤니티 계획’을 수립하고 훈련 등을 통해 지역의 자발적 방재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독일의 소도시인 다르데스하임(Dardesheim)은 지역 주민과 지방정부의 협력으로 도시의 산업기반 자체를 바꾼 사례다. 전통적인 수공업도시였던 다르데스하임은 지역 주민들이 출자금의 20%를 부담하고 지방정부가 20%만큼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에너콘이라는 풍력발전 회사를 세웠다. 이후 태양광, 바이오가스 등에도 투자해 현재 신재생에너지의 모범도시로 탈바꿈했다. 여기서 생산한 발전량은 1000여 명의 마을 주민이 사용하는 전력 수요량의 45배에 달한다. 초과된 전기 생산량은 전력 공급망을 통해 타지로 판매하고, 수익은 지역 공동체와 마을 주민에게 되돌려준다. 다르데스하임의 성공은 주민 상호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주민 참여에 기반하며, 주민 상호 간의 신뢰는 곧 사회적 자본을 의미한다.

캐나다에서는 지역사회의 네트워크라는 사회적 자본을 활용해 실업난과 가난 문제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각 지역에 시행 중인 지역사회 고용혁신 프로젝트(community employment innovation project)를 통해 참여자와 지역사회가 함께 지역 발전에 공헌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는 일자리 창출 능력을 기르는 등 자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참여자 역시 취업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한편 사회적 네트워크의 일원이 돼 네트워크 자체를 키워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