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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인심 좋아서 … 주민들 적적할 틈 없는 충남 서천군

2년 전 남편과 사별한 박소녀(가명·74) 할머니는 요즘 밝아졌다는 인사를 자주 듣는다. 비결은 두 달 전부터 거의 매일 서천 노인복지관에 나가 비슷한 연배의 이웃들과 시간을 보낸 덕분. 최근엔 복지관 내 탁구동아리에도 가입했다. 점심 역시 이곳에서 해결한다. 탁구장·당구장과 같은 복지관 내 각종 운동시설과 여가 프로그램은 모두 무료로 쓸 수 있다. 복지관에선 여가 강좌 등 171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1일 이곳에서 만난 박 할머니는 “여기 오는 게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며 “더 많은 사람이 와서 좋은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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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만 내면 택시도 마음껏 이용

안녕하세요. 저는 서천 어메니티(Amenity) 복지마을이라고 합니다. 충남 서천군 종천면 12만4457㎡(약 3만7714평) 터에 자리한 유럽풍 마을이죠. 2004년부터 351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었죠. 노인복지관과 노인요양시설, 요양병원, 장애인종합복지관 등을 갖춘 사회복지시설의 사령부입니다. 다양한 시설이 모여 있는 덕에 원 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게 장점이죠.  각종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보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노인복지관에만 하루 평균 이용자가 530명에 달합니다. 별로 많지 않은 것 아니냐고요? 서천군 인구(5만8554명) 중 노인 인구가 1만6840명이란 걸 생각해 보면 적지 않은 규모입니다.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요? 시설이 좋은 데다 노래교실·요가 등 프로그램도 좋아서랍니다. 게다가 대부분 무료로 즐길 수 있어요. 복지마을 내 노인요양시설도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합니다. 입소문이 나다 보니 외지 분들도 많이 찾아옵니다. 현재 노인요양병원의 입원 환자 155명 중 58명이 외지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와 보시면 ‘서울의 어떤 고급 요양시설 못지않은 수준’(구남신 서천군 사회복지과장)이란 말이 왜 나왔는지 아실 겁니다.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겐 이제 단골 견학코스가 됐지요. 지난해에만 3300여 명이 여길 찾아와 시설과 운영 노하우를 둘러보셨답니다. 주민 여론조사(2009년 9월)에서도 서천군이 그동안 가장 잘한 일 중 으뜸으로 꼽히기도 했지요.

서천군민 5명 중 1명이 자원봉사자

찾아가기 힘든데, 프로그램만 좋으면 뭐하냐고요? 걱정 마세요. 군 곳곳을 도는 셔틀버스(3개 노선, 하루 총 13차례 운행)가 다닙니다. 버스가 닿지 않는 곳에는 ‘희망택시’란 이름으로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택시가 있습니다. 이용 주민이 택시요금의 일부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군에서 업체에 지불하는 식입니다. 근거리는 100원, 장거리 이동 시에는 최대 1100원(버스 기본요금)만 내면 되지요. 

댁에만 계시는 노인 분을 위해 찾아가는 서비스도 한답니다.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5개월간 군내 10개 장소에서 수지침과 풍물 같은 강의도 열었지요. 독거 남성 어르신을 위한 요리교실까지 있답니다. 우리 군내 독거노인(5694명) 중 남성 어르신이 1448명(25.4%)인데 이분들 중 상당수가 살림에 익숙지 않아 끼니를 거르시는 경우가 많다는 데서 착안한 서비스지요. 

복지마을은 장애우도 얼마든지 이용이 가능하답니다. 마을 내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선 장애우를 위한 언어치료와 작업치료 등이 이뤄져요. 치료비라야 최대 4000원에 불과하지만 종합병원이나 가야 받을 수 있는 치료들이죠. 이곳에서 꿈을 키우는 이들도 있어요.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선 35명의 장애우가 모시떡과 조미 김 등을 직접 만들어 판매한답니다. 지난해에만 5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고요, 장애우들에겐 월평균 30만원 선의 월급도 준답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장애인 거주시설 평가에서 최우수등급을 받은 성일복지원도 서천군에 있어요. 탄탄한 자원봉사 조직은 서천군의 자랑입니다. 2005년 서면사랑후원회를 시작으로 현재 군내 13개 읍·면 중 12곳에 후원회가 있어요. 회원 수는 1287명에 달합니다. 군에 등록된 자원봉사자만 전체 군 인구의 5분의 1인 1만860명에 달해요. 덕분에 서천군은 ‘2013년 대한민국 지역사회복지대상’과 ‘2013년 복지행정상’ 등을 잇따라 받았어요. 

청소년과 여성을 위한 시설도 탄탄하게 갖춰져 있어요. 제 동생 격인 ‘봄의 마을’이 대표 선수랍니다. 봄의 마을은 하나의 광장을 5개 건물이 둘러싼 형태입니다. 재래시장 터였던 5500㎡(약 1667평)의 부지를 활용해 여성문화센터와 청소년문화센터 등을 갖춰 놓았습니다. 정부와 충청남도, 서천군이 힘을 모아 158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3년간의 공사 끝에 2011년 11월 문을 열었죠. 옛 시장 터인 부지는 군에서 내놓았습니다. 구도심으로 쇠락의 길을 걷던 이곳은 현재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인기 장소가 됐답니다. 

청소년문화센터(꿈꾸는 공작소)엔 수시로 청소년들이 드나들면서 시설들을 이용해요. 탁구장과 노래방 등 시설도 다양합니다. 여성문화센터에서도 노래교실 등 무료 프로그램이 운영 중입니다. 월평균 2400여 명이 여성문화센터를 찾아 스트레스를 풀고 간다고 하네요. 이처럼 사회복지의 메카로 우뚝 섰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여전합니다. 지난해 서천군의 재정자립도는 12.2%에 불과합니다. 복지예산 비중은 전체 예산의 20%에 달하고요. 앞으로 복지수요가 계속 늘어날 텐데 이 같은 난관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지금도 고민이네요….\

이웃 관계 으뜸은 전남 담양군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중앙SUNDAY가 공동 기획한 ‘2014 전국 지방자치단체 평가’ 결과 전국 230개 기초 지방자치단체(세종특별자치시 포함) 중 충남 서천군의 사회복지시설 만족도(5점 척도 기준)는 전국 2위(3.8534)를 차지했다.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지자체는 경기도 과천시(4.3192)였다. 전남 장흥군(3.8219)과 구례군(3.8131)이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광역 지자체 중에선 전남(3.3959)이 1위를 차지했고, 경북(3.2400)과 강원(3.2256)의 사회복지시설 여건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조사 결과 군 단위(83개·평균 3.4649) 지역의 만족도가 대도시 자치구(69개·3.1154)나 일반 시(78개·1656) 지역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특히 만족도 상위 20위권 지자체 중 경기도 과천시와 부산시 해운대구(8위·3.7506)를 제외한 18개 지자체가 모두 군 단위 지역이었다. 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농촌지역일수록 고령화 등으로 인해 이용 대상자가 많은 데다 시설에 대한 정보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자본의 일부라 할 수 있는 이웃 관계 만족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은 전남 담양군(4.2718)으로 나타났다. 2위는 경남 함양군(4.2658), 3위는 경남 남해군(4.2313)이었다. 이웃 관계 만족도 역시 자치구(3.6400)나 일반 시(3.7589)보다는 군 단위 지역(4.0348)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도시지역보다는 시골에서 이웃 간 교류가 더 활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담양군은 군내 67곳의 경로당을 경로식당으로 활용하는 것이 돋보였다. 노인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면서 이웃 간 대면 관계를 높이는 공간으로 쓰여지고 있다. 담양군 홍보계 김원 주무관은 “식사 때마다 경로당에서 이웃들과 자연스레 만나다 보니 대화도 나누고 하면서 이웃 간 친목 관계가 돈독해졌다”고 설명했다. 광역 지자체 중에선 제주(3.9831), 전남(3.9564), 경남(3.8444) 등의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이웃 관계가 더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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