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단위선 보육 여건과 출산율 비례 … 지자체별 정책 달라져야

보육 서비스와 지방정부의 역할

2000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헤크먼(James Heckman)은 그의 저서 『미국 사회의 불평등(Inequality in America)』에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적 자본(Human Capital)의 육성이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보다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적 자본 육성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대표적인 역할로 교육과 보육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최근엔 보육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에서는 보육정책 강화가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으로도 유용하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합계 출산율 1.19명으로 초저출산국이 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부족하고, 낮 동안에만 운영되는 보육시설이 많다는 점은 직장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주요 이유로 여겨진다. 그나마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직장 어린이집이 일하는 엄마가 아이들을 맡기기 용이하게 운영되는 편이지만 이런 어린이집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2012년 보건복지부 보육통계에 따르면 전체 어린이집 중 5.2%가 국공립 어린이집, 1.2%가 직장 어린이집이다.  한국의 보육정책은 중앙정부인 복지부가 전체적인 관할을 하고 있지만 실제 보육 서비스의 제공자는 지방정부다. 따라서 지방정부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가에 따라서 보육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차이가 난다.  지방정부들이 각각의 보육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지역마다 필요한 보육 서비스가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 센터의 보육여건 만족도 조사 결과와 우리나라의 기초지자체별 합계 출산율(2012년)을 비교해보면 보육여건 만족도 상위 20위권 기초 지자체의 합계 출산율은 평균 1.568명인데 반해 하위 201~230위 지역의 합계 출산율은 평균 1.340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보육여건 만족도와 합계 출산율 간 상관관계는 군(郡) 단위 농어촌 지역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난다. 국제결혼 등으로 이뤄진 다문화가정이 많다는 점이 한 원인이 아닌가 짐작된다. 한국 생활에 서툰 결혼 이민자들의 육아에 도움을 주는 게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시 지역에선 물리적인 보육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보육여건 만족도가 낮았다. 출산율도 마찬가지였다. 도시 지역 거주자에겐 단순히 보육시설을 강화한다고 해서 아이를 더 많이 낳길 기대하긴 어렵다는 의미다.  조사 결과 보육여건 만족도는 학력이 높을수록, 소득이 많을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가계 소득이 월 600만원 이상인 가구의 보육여건 만족도는 평균 3.1802점이었던 반면 가계 소득이 월 199만원 이하인 경우는 평균 3.3286점으로 되레 높았다.  학력과 소득이 높을수록 보육 서비스에 거는 기대치가 커지기 때문일 수도 있고, 소득이 높은 가구에는 맞벌이 부부가 많아 보육에 더 불리한 입장이어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합계 출산율이 전국 최저 수준인 0.886명(2012년 기준)이란 점은 곱씹어 봐야 한다. 도시 지역 지자체는 일반적인 보육여건을 제고하는 것과 동시에 지자체 주민들의 사회·경제적인 여건을 먼저 짚어낸 뒤 이들이 가장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지자체별로 나름의 개성 있는 출산율 관련 정책들을 내놓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서울 강남구의 ‘365일 24시간 전일 시간제 보육서비스’와 송파구의 ‘구립 어린이집 24시간 운영’, 광주광역시의 ‘건강주치의제와 안전공제회 부담금 지원’ 등이 대표 정책이다. 서울 강남구가 2010년 11월 전국 최초로 도입한 ‘365일 24시간 전일 시간제 보육서비스’는 새벽 시간이라도 급한 일이 발생할 경우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제도는 강남구에서 호응을 얻은 이래 지난해에는 국가사업으로 확대되었다. 광주의 ‘건강주치의제와 안전공제회 부담금 지원’은 수요자 맞춤형 보육정책으로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출산 장려 정책은 그 속성상 정책효과가 나타나는 데 장기간이 소요된다. 정책 대상 집단이 될 가임기 여성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객관적인 분석을 해내는 것. 그게 정책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