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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털린의 역설’ … 양구군, 소득세 전국 207위지만 행복도는 1위

소득과 주민행복·경제만족도 상관 관계는

이스털린의 역설(Paradox of Easterlin)’이란 것이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이 1974년 논문을 발표하며 알려진 개념이다. 요약하면 “일정 소득 이상에서는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으로는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말과도 맥이 닿아 있다.

 몇몇 국가의 사례를 보면 타당한 이야기인 듯하다. 우리나라가 대표적이다. 지난 50년간 급격한 성장을 통해 세계 경제 규모 15위라는 성취를 이뤄 냈음에도 정작 행복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다. 2013년 유엔 세계행복보고서 기준 41위(총156개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행복지수(Better life initiative) 기준 27위(총 36개국)에 머물러 있다. 유엔 조사에 따르면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인 미국의 행복 수준도 156개국 중 17위에 그친다.

 하지만 동일 국가 안에서의 비교는 다른 결과가 나온다. ‘대체로 소득이 높은 사람의 행복 수준이 높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 정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2011년 서울시민 4만56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나 전국의 모든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이번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두 조사 모두 소득 수준이 높은 응답자일수록 행복 수준과 경제상태 만족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행복감과 경제상태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굉장히 많고, 그 관계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소득만으로 개개인의 행복 수준이 결정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높은 소득 수준이 경제적 의사결정의 폭을 넓혀 준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행복 수준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 국가 안에서는 소득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행복감이 큰 반면 경제 수준이 높은 국가의 행복 수준은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높지 않다는 사실은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다. 왜 그럴까? 이와 관련해 경제학자들은 대개 두 가지 이유를 꼽는다. 하나는 소득 증가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과거 소득이 아닌 증가된 소득에 맞춰 욕구 수준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개개인의 행복 수준은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월 100만원을 벌던 이가 월 200만원을 벌게 되면 눈높이가 이미 100만원 때와는 달라져 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스위스의 경제학자인 브루노 프라이 교수는 “행복은 쾌락적 적응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소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사람과 비교해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상대소득’의 개념이다. 실제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이라고 반드시 높은 행복 수준을 나타낸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1인당 지방소득세 기준(안전행정부, 2013년 지방세 통계연감)으로 각 기초지방자치단체별 지역의 소득 수준을 비교해 본 결과 지역의 소득 수준과 지역 주민의 행복 수준 간의 관계는 그리 분명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이번 조사에서 행복도가 가장 높았던 강원도 양구군의 1인당 지방소득세액은 4만5850원으로 230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207위에 그쳤다.

 기초지방자치단체 단위로 나눠 보면 시와 자치구 같은 도시 지역에서는 해당 지역의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주민의 행복도나 경제상태 만족도는 다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농어촌 중심의 군(郡) 단위 지역에서는 이런 관계를 발견할 수 없었다. 소득이 낮은 이들의 경우라면 전체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의 행복도나 경제상태 만족도가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에 거주 중인 저소득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경제상태 만족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는 경제상태에 대한 만족도가 상대적인 개념이란 걸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주목할 점은 최근 연구 경향이 소득과 행복의 관계를 개인의 심리적 문제에 국한해 생각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정책과 제도의 영역으로 그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행복은 소득은 물론 건강과 결혼, 고용상태, 정치제도 등 복합적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밝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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