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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톱 10 중 5곳 농어촌 … 대도시라고 꼭 행복하진 않더라

'양구에 오시면 10년이 젊어집니다.’

 강원도 양구군으로 이어지는 46번 국도변 곳곳에 내걸린 양구군의 슬로건이다. 이곳은 원래 6·25 격전지로 기억되던 곳이다. 양구군과 동의어처럼 사용되던 ‘펀치볼(punch bowl·분지 모양의 지형이 화채 그릇과 비슷하다는 뜻에서 유래)’이란 말도 6·25 당시 붙여진 별명이다. 산간 오지 마을이던 이곳이 이젠 대한민국 제일의 ‘행복 지자체’로 떠올랐다.

 비결은 극적으로 개선된 접근성이다.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로 2시간 가량이면 양구군(138.7㎞)에 닿는다. 이동이 편해지자 관광객도 늘었다. 배후령 터널 개통 이후 1년간(2012년 4월~2013년 3월 말) 양구군을 찾은 관광객은 28만1317명으로 1년 새 34.1% 늘었다.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며 오지 취급을 받던 양구의 깜짝 변신이다.

 우수한 교육환경도 양구군 주민의 행복도를 높였다. 지난해 말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발표에 따르면 강원도 양구군은 2013년 대학수학능력 시험 채점 결과 전국 230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수능 평균 성적 1위를 기록했다. 양구군의 표준점수 평균은 언어, 수리 나, 외국어 세 영역에서 전국 1위다.

강원 양구, 전국 수능 평균 1위

자연환경 덕에 멜론과 수박을 비롯한 특산품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정교섭 양구군 자치행정과 주무관은 “양구군의 농산물은 청정하다는 이미지가 도시 소비자들에 퍼지면서 같은 과일이라도 양구에서 난 것은 다른 지역산보다 20~30%씩 값을 더 쳐준다”고 말했다. 양구군은 지난해 수박으로만 79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공격적인 스포츠 마케팅도 꾸준하다. 지난해 양구군에선 72개의 스포츠대회(18개 종목)가 열렸다. 군청 추계에 따르면 연인원 22만 명이 넘는 선수와 관계자가 다녀갔다. 양구군 인구의 10배에 육박하는 숫자다. 김덕한 양구군 문화체육진흥담당은 “스포츠대회 마케팅으로 한 해 동안 120억원 이상의 경제부양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며 “군내에 종합운동장, 천연 인조잔디 구장, 국제대회 규격의 실내 테니스장 등 다양한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어 평소 주민들도 자유롭게 활용한다”고 말했다.

여성 만족도, 제주도가 가장 높아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중앙SUNDAY가 공동 기획한 제1회 전국 지자체 평가에서 행복도 1위 지역으로 꼽힌 양구군은 도시의 규모와 상관없이 주민들의 행복도를 충분히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행복도 상위 30위 안에 든 곳은 서대문구를 비롯해 동작구와 서초구 등 세 곳뿐이다. 부촌이라는 강남구의 행복도는 3.7005점으로 전체 92위에 그쳤다. 행정수도인 세종특별자치시는 행복도 순위 200위권 밖에 머물렀다. 거주환경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탓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두드러진 점은 도시 지역보다 농어촌의 군 단위 지역 행복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 230개 지자체 중 행복도 상위 10위에 총 다섯 곳(강원 양구군, 전남 영암군, 충북 옥천군, 경북 울릉군, 전남 보성군)의 군(郡)이 포함됐다. 반면 대도시 자치구(서울 서대문구, 동작구)는 두 곳에 그쳤다. 일반 시 지역은 제주시, 경북 김천시, 경기 성남시 등 세 곳이 상위 10위에 들었다. 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대도시 지역이 아니더라도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주민들이 느끼는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결과”라고 말했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군 지역(83개)의 평균 행복도는 3.6769점인 데 비해 특별시·광역시 내의 자치구(69개)들의 평균은 3.6696점이었다. 중소도시 중심인 78개 시는 3.6752점으로 상대적으로 한적한 지방 소도시가 농어촌 지역보다는 행복감이 떨어졌지만, 대도시보다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광역시 내에서도 행복도의 차이는 컸다. 예를 들어 서울 서대문구는 3.9726점으로 230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2위지만, 서울에서 가장 행복도가 낮은 관악구는 3.5115점으로 전국 하위권이다. 부산광역시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부산 금정구의 행복도는 3.84점으로 전체 19위였던 반면, 부산진구는 3.2372점에 머물렀다.

 행복도 조사는 주민 개개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행복도를 ‘귀하는 요즘 행복한가’ 등의 설문에 대해 자신이 직접 평가하는 식으로 측정됐다. 행복도 점수는 ‘매우 행복하다(5점)’-‘전혀 행복하지 않다(1점)’ 사이에서 매기도록 했다. 미국·유럽의 유수 연구기관들이 사용하는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했다.

남성의 행복도, 여성들 보다 낮아

개인 차원으로 볼 땐 많이 배우고, 수입이 좋을수록 행복도가 높았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여성의 행복도는 3.6998점인데 반해 남성은 3.6234점에 그쳤다. 금현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남성은 직장생활이나 경제활동에 따른 부담감이 더 큰 경우가 많아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행복도가 낮은 게 아닌가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광역자치단체를 기준으로 볼 때 제주특별자치도에 거주하는 여성의 행복도는 3.8515점에 달했다. 반면 세종특별자치시에 사는 남성의 만족도는 3.4651로 큰 차이를 보였다. 세종시의 경우 직장 문제로 홀로 이주해 사는 ‘기러기’ 남성이 많다는 점이 점수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돈=행복’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진 않지만 평균적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행복감도 커지는 추세가 확인됐다. 월평균 가계소득이 199만원 이하인 그룹의 행복도는 평균 3.4017점인 반면 600만원 이상 그룹의 행복도 평균은 3.9809점에 달했다. 월평균 200만원대 소득층의 행복감은 3.6808점, 300만원대는 3.7612점, 400만원대는 3.8248점, 500만원대는 3.9014점으로 소득이 커질수록 행복감도 따라서 커졌다.

 학력 수준도 소득처럼 개개인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도와 정비례 관계로 나타났다. 금현섭 교수는 “부모 세대의 경제력이 자녀 세대 교육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외에서 잇따라 나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선 중졸 이하 학력자의 행복도는 3.4512점으로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을 갖춘 이들의 평균(3.8113점)에 비해 0.3601점이나 차이 났다. 고졸 이하 응답자의 행복도 평균은 3.7037점이었다.

 동일한 광역자치단체 내에 거주하는 경우라도 학력이나 소득 수준의 차이에 따라 개인이 느끼는 만족도 역시 달라졌다. 서울 거주자 중 월 가구 소득이 600만원 이상인 경우 행복도가 3.8841점인 반면 199만원 이하라면 같은 서울에 살면서도 행복도는 3.3846에 그쳤다.

 나이는 학력·소득과는 달리 행복도와 반비례 관계를 보였다. 29세 이하의 행복도 평균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3.869점을 기록했지만, 30대는 3.7847점, 40대는 3.7245점, 50대는 3.6450점 순으로 나이가 들수록 행복도가 떨어졌다. 60대 이상 응답자의 행복도는 3.5153점으로 전 연령대 중 최하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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